지난 13일 방문한 서울의료원 가임센터에는 난임부부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서울의료원은 내원자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임센터를 최대한 밝은 분위기로 꾸몄다. 사진=윤홍집 기자 서울에 사는 박모씨(43)는 2019년부터 5년간 난임 치료를 받았다. 박씨가 받은 난임 시술은 총 10회. 박씨는 지난해 7번째 시술에도 임신하지 못하면 치료를 중단하려 했다. 당시 서울시가 동결배아 이식을 7회까지 지원했지만, 소득 기준에 걸려 혜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시의 난임치료 지원이 확대되면서 박씨는 3번의 시술을 더 받아 임신에 성공했다. 박씨의 담당의는 "추가 시술을 포기했다면 임신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시의 난임 지원 정책이 현장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부가 시의 지원을 발판으로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고 있어서다. 난임 치료 병원에서는 내원자와 난임 시술을 통한 출생아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난임치료 병원 내원자 전년比 20%↑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시가 지원한 난임시술은 3만791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만3432건)보다 61.8% 늘었다. 난임시술로 태어난 출생아는 5017명으로 서울 전체 출생아(3만1695명)의 15.8%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난임시술 지원을 확대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임신에 성공한 아기가 올해부터 태어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시는 지난해 7월부터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난임부부에게 시술비를 지원하고, 시술별로 나뉜 지원 횟수도 폐지했다. 현재는 시술 구분 없이 출생아 1명당 25회 난임시술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정책의 효과는 의료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료원의 경우 올 1~9월 가임센터 전문의 1명당 진료 환자 수가 지난해 전체보다 18% 많았다. 같은 기간 난임 시술로 인한 신생아 비율은 22.9%로 전년(16.3%)보다 6.6% 높았다. 난임 치료로 유명한 서울마리아병원도 난임 시술이 지난해보다 약 20% 늘었다.
현장 의료진은 지난해 7월 이후 내원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서울의료원 가임센터를 방문했을 때는 진료 예약 환자로 의료진 일정이 꽉 찼다. 외래진료 의료진들은 하루 평균 약 100명의 환자를 본다.
김민정 서울의료원 가임센터장은 "소득 기준 없이 모든 부부가 난임 시술 지원을 받게 된 뒤 환자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첫째를 자연임신으로 낳고 10년이 지났는데 난임이 된 지금이라도 시술로 둘째를 낳으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주창욱 서울마리아병원 부원장은 "지원 횟수가 늘고 소득 기준이 없어지면서 내원자의 부담이 많이 줄었다"며 "난임 부부가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난임병원 찾는 젊은 여성 늘어"
난임치료를 받는 여성의 연령대는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임신에 앞서 가임력을 확인하는 인원이 많아지면서 전반적인 내원자 연령대는 넓어지는 추세라고 한다.
김 센터장은 "예전에는 시술 경험이 많은 고차수 환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새로 유입된 젊은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비율은 거의 반반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가임력 테스트를 받고 더이상 임신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임신 시기를 앞당기는 환자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난임 치료를 받는 부부들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은 상당히 크다. 이 때문에 시의 지원이 없다면 다회차 시도는 어렵다고 말한 부부들이 많았다.
2020년부터 난임 치료를 받아 총 11번의 시술 끝에 임신에 성공한 이모씨(35)는 4년간 총 2000만원을 치료비로 사용했다고. 이씨는 "난자 채취는 잘 되는데 착상이 안 돼서 시술을 여러번 받았다"며 "임신이 안 되면 원인을 찾아야 하고 더 강도 높은 시술을 받다 보니 몸도 상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신에 실패하면 좌절감이 너무 커서 다시 도전하는 데 큰 결심이 필요하다"며 "난임 부부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시의 지원이 앞으로도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윤홍집 기자 (banaffl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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